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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의미학 40, 549-579 (2013. 04. 30.)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김 정 남 (경희대학교) Kim Jung-Nam. 2013. Derivation of Korean Cuisine Verbs to Food Nouns, Korean Semantics, 40. This paper aims to investigate the patterns of derivative food nouns from Korean cuisine verbs. Two most productive nominal suffixes are '-i', and '-(eu)m' in word formation of Korean. These suffixes attach the stems of cuisine verbs and compose several bases or nouns, and these bases combine with nouns which represent the materials of cooking, and become the compound nouns. On occasion the words which mean the method to cook, combine with the derivative nouns from cuisine verbs. The binding of verb's stem and suffix plays as a base from which a derivative noun. Besides above two suffixes, 'zero-suffix' is relevant to forming the base. And though they are small number, '-gae' and '-eogi' are able to make a derivative food nouns. 핵심어: 조리 동사(cuisine verb), 요리 명사(food noun), 파생 접사 (derivative suffix), 파생 명사(derivative noun), 동사 어간(verb's stem), 영접사(zero-suffix), 요리 재료(materials of cooking), 조리 방식(method to cook), 어기(base), 합성어(compound word) 550 김 정 남 1. 서론 음식 혹은 요리의 명칭 속에는 요리의 주된 재료와 조리 방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갈비탕’이나 ‘고등어조림’ 같은 음식 명칭 속에는 그 요리 의 재료와 조리 방식이 드러나 있어 요리 명사들은 대체로 의미가 투명한 복 합어에 속한다고 하겠다. ‘김치’의 옛말인 ‘팀’ 역시 ‘沈菜’에서 온 말로서 조리 방식과 요리 재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말임을 알 수 있다. 조리 방식과 재료를 나타내는 표현은 매우 다양하며 이에 따라 요리(음식) 명칭도 다양하 게 나타난다. 이홍식(2008:310)은 <표준국어대사전> 1999년판 CD 자료를 중심으로 하여 음식의 재료와 조리 과정, 조리 결과에 주목하여 뜻풀이를 제시할 수 있는 1,832개 음식 명사에 대하여 그 뜻풀이 형식을 고찰하여 음식 명사가 하나의 어휘 부류로서 그 전형적인 뜻풀이는 어떻게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 한 결과를 보여 주고자 한 연구이다. 뜻풀이에 사용된 음식의 재료명, 조리 과정에 관한 동사, 형용사, 부사들과 조리 결과로 제시되어 있는 음식 명사의 상위어들의 빈도에 따른 통계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음식 명사들의 뜻풀이의 형식적 모델을 구축하였는데, 이때에도 요리의 재료와 조리 방식이 핵심 요 소가 된다고 하였다. 즉, ‘갈비구이’라면 “갈비를 ~~~하게 하여 구운 음식”이 라고 뜻풀이하는 방식인데, 이때 핵어인 ‘음식’을 직접적으로 수식하는 말은 조리 동사 ‘굽다’이고 이 ‘굽-’을 어기로 하는 파생어 ‘구이’가 요리 명사의 구성 요소가 된다. 조리 동사를 요리 명사로 만들어 주는 파생 접사의 대표 형태는 ‘-이’와 ‘- (으)ㅁ’인데 이들 접미사들은 동사를 명사로 만들어 주는 가장 생산적인 접미 사로서 그동안 파생어 논의들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왔으나 주로 ‘먹이’, ‘벌 이’, ‘옷걸이’류와 ‘웃음’, ‘죽음’, ‘춤’류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관심을 두었지 특별히 ‘구이’, ‘계란말이’, ‘떡볶이’, ‘무침’, ‘튀김’ 같은 요리 명사들에 대해 서 별도의 주목을 한 적은 없었다. 다만, 문금현(2012:61)에서는 음식 명사들 을 의미적인 부류들로 유형화하여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가르칠 목적으로 살 펴보면서 그 형태적 특징에 대하여 “파생어 음식 어휘는 ‘-ㅁ’에 의한 경우가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51 대부분이고 드물게 ‘-이’에 의한 파생어가 있다”고 언급하며 ‘무침/볶음/부침/ 쌈/조림/찜/튀김’과 ‘구이/볶이’를 제시한 바 있다. 문금현(2012:63)에서 ‘복합 법에 의한 어휘 학습’이라 하여 ‘계란말이/오이소박이/김치볶음밥/닭볶음탕’ 의 예를 중․고급 단계의 학습 어휘로 제시하고 있으며 단어의 분석 내용을 제 시하였으나 요리 명사의 파생 과정에 대해 형태론적 관점에서 전반적으로 살 펴보지는 않았고 제시된 예 또한 많지 않다. 송원용(2005:203~204)에서도 ‘N-V-이’형 단어의 일종으로 ‘김치말이, 국말 이, 물말이, 밥말이, 계란말이’의 예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들 단어들에 대하 여 음식 명사로서 특별히 다른 주목이나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다. ‘손톱깎 이’에서부터 ‘화풀이’에 이르기까지 ‘N-V-이’형 단어들에서 후접 요소인 ‘V- 이’ 부분은 단어의 일부로 사용될 뿐 자립적 단어가 아니므로 이러한 단어 형성을 합성이 아닌 파생의 일종이라고 주장하고 이들 단어들에 대하여 ‘의 사 파생’이라 하였는데, 이는 요리 명사 가운데 ‘떡볶이’와 같은 경우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즉, ‘볶이’는 자립어가 아니므로 ‘떡볶이’나 ‘고추장볶이’, ‘묵 볶이’ 같은 단어들을 형성하는 하나의 구성소로서의 지위밖에 갖지 못하여 이들은 합성어가 아닌 파생어라고 할 수 있다. ‘계란말이’에 나타나는 ‘말이’ 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갈비구이’에 나타나는 ‘구이’는 자립적 단어이며 이 밖에 ‘조림’, ‘무침’, ‘쌈’ 등 조리 동사에서 파생된 많은 명사들이 요리 재료를 의미하는 선행 요소 없이 독자적인 요리 명사의 지위를 획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송원용(2005:159)에서는 ‘구이’에 대해서도 ‘떨이, 먹이, 벌이’ 등과 함께 ‘V- 이’ 파생어가 사물로 해석되는 경우의 하나로 다루고 있을 뿐 역시 요리 명 사라는 데에는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다. ‘V/A-이’ 파생어를 단지 행위, 사람, 사물, 척도, 정도성 정도로 구분하고 음식 명사도 사물의 하나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본고에서는 요리 명칭의 상당수가 이렇게 조리 동사들의 파생어 형태로 나타나는 것에 대하여 특별히 주목하고자 한다. 이들 조리 동사에서 요리 명 사로의 파생 과정을 보면 일반적인 파생 접사와는 조금 다른 의미 양상을 발 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먹이’는 단지 ‘먹을 것’이거나 ‘벌이’는 ‘버는 552 김 정 남 일’ 정도로 해석이 되는 데 반해 ‘구이’는 그냥 ‘구운 것’이거나 ‘구울 것’이 거나 ‘굽는 일’이 아니라 ‘구워 만든 음식’이 되며 ‘무침’은 그냥 ‘무치는 행 위’가 아니라 ‘무쳐 만든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 요리 명칭 파생어들의 의미론적 특이성이 있다. 물론 파생어의 의미가 항상 투명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규칙적인 접미 사에 의한 파생어들은 규칙적으로 해석되는, 이른바 의미가 투명한 파생어를 형성하게 마련인데, 동일한 접사가 일반 동사가 아닌 조리 동사에 결합하였 을 때에는 특별한 의미로 해석된다면 이는 접사 자체를 분명히 구분하여 기 술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창섭(1992/2008:434)에서는 파생 접사의 뜻 풀이에 어기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어야 한다고 하였던바, 바로 이러한 어기 가 조리 동사라는 정보가 접사 ‘-이’나 ‘-(으)ㅁ’의 정의항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이’나 ‘-(으)ㅁ’ 속에 어기의 선택 제약을 두어서 조리 동사의 어 간이 어기인 경우에는 이 접사들이 단지 행위나 사람이나 사물이 아니라 요 리 명칭으로 해석된다는 점이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외국인을 위한 한 국어 문법 혹은 어휘 항목 기술에 있어서는 이러한 파생 과정에서의 의미 해 석상의 특이점에 대한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한편, 조리 동사에서 요리 명사로 파생되는 과정에서 ‘-이’나 ‘-(으)ㅁ’ 같은 생산적인 접미사에 의한 일반적인 파생 방식 외에 특수한 형태들이 개재된 조어 과정이 발견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령, ‘튀기다’라는 조리 동사에서는 ‘-(으)ㅁ’에 의한 파생어 ‘튀김’만이 아니라 어간이 그대로 명사가 된 ‘튀기’라 는 요리 명사가 존재하며 또한 ‘튀기다’라는 타동사가 형성되기 전의 자동사 어간 ‘튀-’에 기원한 것으로 보이는 어근 ‘튀-’에 그 뜻이 투명하지 않은 접사 ‘-각’, ‘-밥’ 등이 결합하여 ‘튀각’, ‘튀밥’ 등 불규칙한 형태의 파생어를 형성 하기도 한다.1) ‘꼬치’ 역시 어근과 접사로 쉽게 분석되지 않는다. ‘지짐이’, ‘버무리’, ‘겉절이’ 등에도 분명 조리 동사의 흔적이 있으나 일반적인 파생어 들과 양상이 다르다. 이렇게 불규칙한 파생어들이 형성되는 것은 음식 명사 1) ‘-각’이나 ‘-밥’이 접사인지 어근인지도 사실 분명하지 않다. 접사와 비자립 어근은 구분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접사가 아닌 어근일 경우 이들에 의해 형성 된 단어는 파생어가 아닌 합성어가 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본고의 내용 범위와 지 면상의 한계로 인하여 후고로 미루기로 한다.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53 들이 일반적인 단어 부류들과 달리 매우 기초적인 어휘 부문에 속하며 단어 형성 자체에 자연 발생적인 문화적 요소가 많아 그 체계가 덜 정형적이기 때 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바로 이러한 점이 본고에서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 로의 파생 과정에 주목하게 된 하나의 동기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과정을 살펴 어떤 동 사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명사화하는지를 유형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형태론 에서의 파생이란 엄밀히는 접사에 의한 새로운 단어의 형성, 즉 ‘derivation’을 의미하지만 본고에서는 접사에 의한 파생만으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접사 에 의한 파생어가 다시 다른 요소와 결합하여 새로운 합성어를 이룬 예들까 지 범위를 넓혀서 본다. 또 파생어들이 다시 요리 재료와 결합하여 합성어를 이루는 양상이 다양하므로 이러한 단어 부류에 대한 고찰은 한국 요리의 한 경향 혹은 특징, 즉 어떤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조리하여 만드는 것이 한국 요리의 주류를 이루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 본다. 논의의 구성은 먼저 조리 동사 가운데 요리 명사로 파생된 예들을 동사별 로 고찰하고 그 파생어가 다시 ‘요리 재료’를 나타내는 단어와 결합하여 새 롭게 형성된 요리 명사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한다. 조리 동사들은 대체로 한 가지 형태의 접사와 결합하여 파생어를 형성하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두 가지 이상의 파생어를 형성하는 일도 있고, 접사와의 결합 과정이 다소 불규칙한 예도 있다. 이러한 예들에 대하여 각 동사별로 고찰할 것이다. 그리고 빈번히 사용되는 조리 동사 가운데 요리 명사로 파생되지 않는 예들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2. 조리 동사에서 요리 명사로의 파생 김정남(2011)에서는 한국 요리의 과정과 절차를 표현하는 조리 동사들에 대하여 조리 단계에 따른 분류를 통해 유형별로 고찰하고 그 의미상의 차이 를 변별적 자질로 구분하여 살펴본 바 있다. 본고에서는 요리 명사 속에 들어 있는 조리 동사의 형태에 주목한다. ‘구이’나 ‘찜’ 같은 요리 명칭 즉, 요리 명 사들에서 ‘굽-’이나 ‘찌-’라는 조리 동사를 발견할 수 있기에 이러한 동사에서 554 김 정 남 의 명사 파생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리 동사에서 요리 명사를 파생시키는 대표적인 접사는 ‘-이’와 ‘-(으)ㅁ’으로서, 조리 동사의 어간이 자음으로 끝나 는 경우 ‘-이’가 결합하고 모음으로 끝나는 경우 ‘-ㅁ’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파생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대략적으로는 이 두 접사가 대체로 상보적 분포를 이룬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볶이’와 ‘볶음’ 처럼 두 접사가 모두 결합하는 경우도 존재하므로 이 두 접미사를 상보적 분 포를 보이는 이형태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2.1. ‘조리 동사 어간 + -이’ 파생어와 그 합성어 먼저 조리 동사의 어간에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형성된 요리 명사의 예 들을 보자. ‘굽다’의 어간 ‘굽-’에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파생어 ‘구이’가 형 성되고 이 ‘구이’는 다시 음식 재료 명사와 결합하여 합성어를 형성하는 예 가 가장 일반적이다. (1가)의 예들이 그것이다. ‘가지’에서부터 ‘참새’에 이르 기까지 전통적인 요리 재료들과 파생어 ‘구이’가 결합하여 형성된 합성어들 로서 음식물 명칭을 이루고 있다. (1) 가. 가지구이, 갈비구이, 갈치구이, 게구이, 계란구이, 고기구이, 고등어구이, 김 구이, 까치구이, 꼬치구이, 꼴뚜기구이, 날치구이, 너비구이, 달걀구이, 닭구 이, 대구구이, 더덕구이, 도미구이, 두부구이, 동태구이, 뜸부기구이, 마늘종 구이, 말리구이, 메기구이, 메추리구이, 명태구이, 민어구이, 방어구이, 밴댕 이구이, 뱅어포구이, 북어구이, 붕어구이, 비둘기구이, 비웃구이, 삼치구이, 새우구이, 생복구이, &생선구이, 생치구이, 소갈비구이, 소라구이, 숭어구이, 쏘가리구이, 애돼지구이, 애저구이, 얼간구이, 염통구이, 영계구이, 오리알 구이, 자라구이, 장어구이, 저육구이, 제육구이, &조개구이, 참새구이 나. 가재미생구이, 통닭구이, 도미소금구이 다. &숯불구이, 철판구이, 화로구이, &연탄구이, 통구이, 로스구이, 기름구이, 소 금구이 다'. &숯불구이하다, &철판구이하다, &화로구이하다, &연탄구이하다, &통구이하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55 다, &로스구이하다, &기름구이하다, 소금구이하다 라. 마침구이, 소금구이2), 숯구이, 웃그림구이, 초벌구이, 참구이, 흙구이3) (1나)는 단지 재료명과 ‘구이’의 결합이 아니라 조리 방식에 해당하는 내용 이 더 추가되어 있다. ‘가재미생구이’는 ‘가재미’라는 재료명 외에 ‘생(生)’이 라는 조리 방식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 음식 명칭이다. ‘통닭구이’에서는 ‘통 닭’이 재료명일 수도 있으나 본고에서는 ‘닭’만을 재료명으로 보고 ‘통’은 ‘통 째’라는 의미의 조리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도미소금구이’에서 도 ‘도미’는 재료명이고 ‘소금’은 재료가 될 수도 있으나 다른 음식과 차별화 되는 주된 요리 재료가 아니라 단지 구울 때 소금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조리 방식의 일종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이렇게 (1나)는 재료명과 조리 방식을 의 미하는 부분이 ‘구이’에 선행하는 ‘X-구이’형 단어 구조를 이루고 있다. (1다) 는 형태상 (1나)와 동일하나 X가 요리 재료가 아니라 조리 방식을 의미하므 로 차별화된다. ‘숯불, 철판, 화로, 연탄’ 등은 조리의 도구로서, 이때의 ‘X-구 이’는 조리 방식, 즉 굽는 방식을 의미하고, ‘통, 로스, 기름’ 역시 조리 과정 에서의 특징을 보여 주는 말들로서 광의의 조리 방식을 의미하는 말에 해당 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1다)는 (1다')처럼 ‘-하다’가 결합하여 ‘X구이-하다’라 는 새로운 파생 동사를 다시 형성한다. 바로 “그러한 방식의 요리를 하다”라 는 의미를 표현하는 동사들이다. 또한 (1다)와 같은 조리 방식의 대상은 대개 어패류나 육류이지만 특정한 재료를 지칭하는 말을 X로 하지는 않는다. 가령 ‘새우소금구이’, ‘안심소금구이’와 같은 ‘XY-구이’형 단어도 조어상 가능하나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X-구이’형, 즉 ‘소금구이’ 정도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 적이다. (1라)도 외형적으로는 ‘X-구이’형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요리 명사가 아니라 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때의 ‘구이’는 ‘구운 음식’이 아니라 ‘굽는 일’을 2) 여기의 ‘소금구이’는 음식 명사가 아니라 “바닷물을 달여서 소금을 만듦. 또는 그런 일을 하 는 사람.”의 뜻을 가진 행위나 사람을 가리키는 파생 명사이다. 3) 단어 앞에 붙은 ‘&’는 사전에 단어로 등재되어 있지는 않으나 실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단어를 이른다. 김창섭(1992/2008:428)의 기호를 가져온 것이다. 실재 여부는 네이버 등 포 털 사이트들에서 검색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였다. 556 김 정 남 의미하는 단어 형성소라 하겠다. 이는 ‘굽다’가 조리 동사로만 특화되어 있는 단어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불을 이용하여 열을 가하다”라는 의미를 갖기 때 문이다. 즉 (1가)~(1다)의 ‘구이’가 <표준국어대사전>의 ‘굽다’의 뜻풀이 「1」 의 것에서 파생된 단어라면 (1라)는 뜻풀이 「2」와 「3」의 것에서 파생된 단어 라는 차이점이 있다. 다음으로 ‘말다’의 경우를 보자. (2) 가. 계란말이, 달걀말이 나. 멍석말이, 안말이, 영돈말이, 영혼말이, 혀말이 다. 밥말이 다'. 국말이, 김치말이, 물말이, 막말이, 엎어말이 라. 물말이, 진창말이 동사 ‘말다’는 ‘말다01’과 ‘말다02’가 동음어로 존재하며 (2가), (2나)는 ‘말 다01’에서 파생된 ‘말이’를 어기로 하여 합성된 ‘X-말이’형 단어이며 (2다), (2 라)는 ‘말다02’에서 파생된 ‘말이’를 어기로 하여 형성된 합성어이다. 외형상 으로는 동일하게 ‘X-말이’형을 이룬다. 이때 ‘말이’는 (1)의 ‘구이’와 달리 자 립어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2가)와 (2다)는 음식 명사에 해당하지만 (2나), (2라)는 각각 (2가), (2다)와 외형상으로는 같은 ‘X-말이’형 단어이지만 음식 명사가 아니다. (2가)와 (2다)의 X는 요리 재료에 해당한다. 그러나 (2다 ')에서의 X는 요리 재료가 아니라 조리 방식에 해당하므로 (2가) 및 (2다)와 차이가 있다. 이들은 (1다)의 경우와 유사하다. 한편 (2나)는 외형상으로는 (2 가)와 동일한 ‘X-말이’이지만 요리 명사가 아니라 “마는 일” 정도로 풀이되는 행위 명사이다. (2라) 역시 (2다)와 외형상 같지만 요리 명사가 아니다. ‘물말 이’의 경우는 (2다')에도 있고 (2라)에도 같은 형태가 있는데, (2다')의 ‘물말 이’는 “물에 어떤 재료를 말아 만든 음식”에 해당하는 요리 명사이지만 (2라) 의 ‘물말이’는 요리 명사가 아닌 행위 명사이다. 이는 앞의 (1다)와 (1라)에 모 두 등장하는 ‘소금구이’의 경우와 유사하다. (1다)의 소금구이는 요리 명사이 며 (1라)의 소금구이는 행위 명사이다. 다음은 ‘박다’에서 파생된 ‘박이’가 포함된 ‘X-박이’형 단어들이다.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57 (3) 가. 소박이, 오이소박이, 외소박이 나. 점박이, 차돌박이 다. 토박이, 본토박이 라. 붙박이, 판박이 (3가)에서는 X가 ‘소’, ‘오이소’, ‘외소’로 나타나는데 ‘소’는 안에 박아 넣 는 고명류를 이른다. 그런 것을 박아 넣은 음식을 통칭하여 ‘소박이’라 하고 주로 오이에 박아 넣어 만들기 때문에 ‘오이소박이’가 되고 이의 줄임말이 ‘외소박이’이다. 그러나 (3나)에서의 X는 요리 재료가 아니므로 외형상 동일 한 ‘X-박이’를 이루지만 요리 명사가 아니다. ‘점박이’는 피부에 점이 박혀 있 는 동물이고 ‘차돌박이’는 쇠고기의 부위 중에서 ‘차돌’이라는 것이 박혀 있 는 부위이다. ‘차돌박이’는 식품의 명칭이 될 수 있으나 조리 과정을 거친 음 식 명사는 아니므로 (3가)와 구분된다.4) (3다)의 ‘토박이’와 ‘본토박이’는 그 지역에 오랫동안 붙박여 살아온 사람을 이르고 (3라)의 ‘붙박이’와 ‘판박이’ 는 ‘사람’만이 아니라 ‘일’이나 ‘사물’까지 두루 이르는 광범위한 말이다. 다음으로 ‘볶다’에서 파생된 ‘X-볶이’형 단어들을 보자. (4) 가. 고추장볶이, 떡볶이, 라볶이, 묵볶이, 수볶이, 양볶이, 장볶이, 족볶이, 콩볶이 나. 쥐볶이 (4가)에서 X는 모두 요리 재료에 해당하는 말로서 ‘X-볶이’는 요리 명사가 된다. 그러나 (4나)는 외형상 동일한 ‘X-볶이’이지만 요리 명사가 아니며 <민 4) 음식 명사의 범위가 애매할 수 있는데,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음식점의 메뉴에 나오는 것이 라고 하여 다 음식 명사라 할 수는 없다. ‘등심’, ‘삼겹살’, ‘갈빗살’, ‘차돌박이’ 등은 음식의 재료에 해당하는 식품의 명칭이지 음식의 명칭은 아니다. 이홍식(2008:326)에서는 ‘생선묵튀 김’의 경우에는 뜻풀이에서 유개념을 ‘식품’으로 잡고 있고 ‘감자튀김’의 경우에는 ‘음식’으 로 뜻풀이한 것에 대하여 일관성 없는 태도라고 지적하면서 ‘음식’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주 장한 바 있는데, 통일만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생선묵튀김’은 음식을 만드는 ‘재 료’로서의 지위를 가지며 ‘감자튀김’은 조리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먹는 ‘요리’ 혹은 ‘음 식’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아 차별화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본고의 입장이다. 물 론 공장에서 생선묵튀김을 만드는 과정에도 모종의 조리 과정이 개입할 수 있으나 우리는 생선묵튀김을 바로 상에 올려 먹지는 않으며 탕을 만들든지 볶음을 만들든지 어떤 방식으로 든 조리를 해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는 음식이 아니라 식품이라 보는 것이다. 558 김 정 남 속> 분야에서 실제로는 콩을 볶으면서 쥐를 볶는 행위로 시행하는 일종의 전 통 농가 행사의 하나이다. 이때 ‘볶이’는 ‘볶은 음식’이 아니라 ‘볶는 일’로서 요리 명사가 아닌 행위 명사의 구성소가 된다. (4)의 단어들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볶이’에 선행하는 요소들 중에 ‘쥐’는 한국 사람들이 먹는 음식 의 재료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 ‘쥐볶이’에 대해서는 음식 명사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것이다. 여기에 음식 명사의 문화적인 측면이 드러난다. 다음은 ‘삶다’에서 온 ‘삶이’를 보자. (5) 가. 보리곱삶이 나. 곱삶이 다. 논삶이 라. 건삶이, 곱삶이, 삶이, 헛삶이 (5가), (5나)는 요리 명사에 해당하는데, (5가)에는 재료를 나타내는 말과 조리 방식을 나타내는 말이 모두 나타나 있어 ‘XY-삶이’형 단어를 이룬다. 아쉽게도 단 하나의 예가 발견될 뿐이다. (5나)의 X는 요리 재료가 아니라 조 리 방식에 해당한다. (5다)의 X 역시 음식의 재료가 아니므로 이때의 ‘X-삶 이’ 역시 요리 명사가 아니다. (5라)는 조리 방식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방식 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때의 ‘삶다’는 “물에 넣고 끓이다”라는 조리 동사의 의미가 아니라 “논밭의 흙을 써레로 썰고 나래로 골라 노글노글하게 만들 다.”라는 의미로서 파생어의 형성에서 어근이 다의적일 때 파생어 역시 다의 어로 나타나는 점을 보여 준다. 다음은 ‘거르다’에서 온 ‘걸리’의 예를 보자. ‘걸리’는 ‘거르-’에 접미사 ‘- 이’가 결합하는 파생 과정을 보여 주는데 그 자체로 자립어로 쓰이지 못하며 ‘막’이라는 접두사가 붙어 ‘막걸리’라는 형태가 될 때 비로소 자립적인 단어 가 된다. 이때의 ‘막-’은 조리 방식을 의미한다. (6) 가. 막걸리 나. 보리막걸리, 쌀막걸리, &암반수막걸리, &옥수수막걸리, &인삼막걸리, &좁쌀 막걸리, 찹쌀막걸리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59 다. 사발막걸리 (6나)는 ‘X-막걸리’형 합성어들로 X는 요리 재료에 해당하며 (6다)는 외형 상 동일하나 막걸리의 종류라 하기는 어렵다. ‘사발’은 요리 재료도 조리 방 식도 아닌 막걸리는 ‘파는 단위’에 해당하는 다소 특이한 구성이다. 이상에서 조리 동사의 어간에 접미사 ‘-이’가 붙는 파생 과정과 이에서 다 시 ‘X-[Vst-이]’형 합성어가 형성되는 과정을 여러 요리 명사들의 예들을 통 해 살펴보았다. 일반적인 명사 파생 접미사 ‘-이’는 매우 생산적인 접사이지 만 요리 명사를 파생시키는 경우는 극히 한정되어 있음을 보았다. 가령 ‘썰 다’에서 ‘*썰이’가 파생되지도 않고 ‘쑤다’에서 ‘*쑤이’가 파생되지도 않으며 ‘*끓이이’, ‘*데치이’, ‘*조리이’, ‘*지지이’ 같은 파생어도 없다. 중세국어 문법 에서 받침이 없는 어기 뒤에서는 ‘-이’의 이형태로 ‘-기’가 나타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썰기, *쑤기, *끓이기, *데치기, *조리기’, ‘*지지기’ 등의 단 어도 없기는 마찬가지다.5) ‘지지다’의 ‘지지-’는 ‘지짐이01, 지짐이02’라는 파생어의 어기로 나타나는 데, 일단 ‘지지다’의 어간 ‘지지-’에 접사 ‘-ㅁ’이 결합하여 ‘지짐’이 형성되고 거기에 다시 접사 ‘-이’가 결합하여 형성된 것이므로 이상에서 설명한 ‘조리 동사 어간+-이’와는 다른 단어 형성 과정을 보여 준다. 그러나 접미사 ‘-이’에 의한 파생 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을 중시하여 이 장에서 함께 다루기로 한 다. ‘지짐이’가 후접 요소가 되는 요리 명사는 다음 (7)과 같이 다양하게 나타 난다. (7) 가. 지짐이01, 지짐이026) 나. 가자미지짐이, 가재지짐이, 닭지짐이, 뚜깔지짐이, 메기지짐이, 멧나물지짐 5) 이러한 단어가 생성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단어별로 생각해야 하며 일률적이지는 않다 고 본다. 가령 ‘*썰기’가 ‘구이’와 달리 요리 명사의 구성소로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지 썰기만 한다고 하여 음식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X-썰기’는 요리명 이 아니라 ‘써는 방식’을 의미하는 명사들의 부류를 이룬다. 그 밖에 ‘*쑤기’와 ‘*끓이기’는 각각 ‘죽’과 ‘탕’으로 인한 저지(blocking)로 보이며 ‘*데치기’와 ‘*조리기’, ‘*지지기’는 각각 ‘데침’, ‘조림’, ‘지짐’에 저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 ‘지짐이02’는 기름에 지진 음식의 통칭이다. 560 김 정 남 이, 무지짐이, 미역지짐이, 빈어지짐이, 박지짐이, 방어지짐이, 비웃지짐이, 새우지짐이, 새우지짐이, 생이지짐이, 쇠족지짐이, 시래기지짐이, 쏘가리지 짐이, 오이지지짐이, 자가사리지짐이, 전복지짐이, 제육지짐이, 조기지짐이, 참외지짐이, 호박순지짐이, 호박지짐이 다. 고추장지짐이 현대의 요리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 방식이지만 전통적인 요리에서는 애용되었던 조리 방식인 듯하다. ‘고추장지짐이’는 고추장을 지진 음식이 아 니라 다른 재료에 고추장을 넣고 지진 음식을 뜻하므로 ‘고추장’은 요리 재 료라기보다는 조리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지짐이’와 유사한 조어 방식을 보여 주는 예로 ‘누르미’가 있다. ‘누르다’ 의 어간에 명사 파생 접미사 ‘-(으)ㅁ’이 결합하고 다시 명사 파생 접미사 ‘- 이’가 결합한 구조이다. 이선영(2004:135~138)에 따르면 ‘누르미’는 근대국어 의 ‘느미’와 형태적으로 관련이 있다. 당시의 ‘느미’는 찌거나 구운 뒤 즙 을 얹는 방식의 음식인데, 현대에 와서는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서 전을 만들 듯이 지진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삶은 도라 지를 짤막하게 자르고 쇠고기, 버섯 따위를 그와 같이 썰어서 각각 양념하여 볶아서 꼬챙이에 꿰고 끝에 삼색 사지(三色絲紙)를 감은 음식.”으로 풀이되어 있고 ‘사슬누르미, 잡누르미, 화양누르미’ 등의 단어가 등재되어 있으나 거의 사어화되어 가는 단계가 아닌가 한다. 그 밖에 ‘조리 동사의 어간+-이’의 구성 요소를 가진 단어로서 수제비를 고려할 수 있으나 확증은 없다. 수제비는 ‘슈져비’에서 온 말이고 유사한 단 어로 ‘믜역져비’가 있는데, 이들에서 발견되는 ‘져비’를 ‘졉다’의 어간 ‘졉-’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슈’의 어원을 확정키 어려우 므로 확언하기는 어렵다. 또 현대어 ‘장아찌’의 어원인 ‘장앳디히((醬)+-애+- ㅅ+디히)’에서 나타나는 ‘디히’에 대하여 어간 ‘딯-’에 접미사 ‘-이’가 결합되 어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고추, 무, 마늘, 노각 등을 장에 찔러 넣어 만든 음식을 이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동치미’의 어원을 ‘동침(冬沈)+-이’로 본다면 접사 ‘-이’를 추출할 수 있으나 ‘침’은 한자 어로서 동사 어간은 아니므로 동일한 파생 구성으로 보기에 무리가 따른다.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61 2.2. ‘조리 동사 어간 + -(으)ㅁ’ 파생어와 그 합성어 조리 동사의 어간에 ‘-(으)ㅁ’이 결합하여 파생어를 이루는 경우는 ‘-이’ 결 합 파생어에 비하여 수적으로 많다. 또 ‘-(으)ㅁ’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1차적 인 파생어는 그 자체로도 모두 자립적인 단어로 쓰인다는 점에서 ‘-이’ 파생 어의 경우와 다르다. 먼저 ‘고다’에서 파생된 ‘곰’과 그 합성어를 보자. (8) 가. 곰 나. 가물치곰, 꼬리곰, 닭곰, 미꾸라지곰, 붕어곰 다. 곰국, 곰탕 라. 꼬리곰탕, 닭곰탕 마. 곰거리 (8나)는 ‘X-곰’형 합성어이며 (8다)는 ‘곰-Y’형 합성어이다. (8나)의 X는 모 두 요리 재료에 해당하며 (8다)의 Y는 단일어로서 또 다른 요리 명사에 해당 한다. (8라)는 ‘X-곰-Y’형 단어로서 X는 요리 재료, Y는 요리 명사이다. 물론 ‘X-곰-Y’형 전체도 요리 명사가 된다. 한편 (8마)는 외형상 (8다)와 같은 ‘곰 -X’형으로 되어 있으나 이때의 X가 요리 명사가 아니므로 요리 명사에 속하 지 않는다. ‘곰’이라는 요리의 재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일 뿐이다. 다음으로 ‘무치다’에서 ‘무침’으로 파생된 후 다시 ‘X-무침’형 합성어를 형 성하는 경우를 보자.7) (9) 가. 무침 나. 가오리무침, 간무침, 게포무침, &골뱅이무침, 광어무침, 닭고기무침, 대구무 침, 대하무침, 묵무침, 미역무침, 박속무침, 보리새우무침, 북어대가리무침, 북어무침, &시금치무침, 새우무침, 오이지무침, 오징어무침, 제육무침, 중하 무침, 짠지무침, &콩나물무침, &파무침 다. 초무침 7) ‘건지다’에서 온 ‘건짐’은 그 자체로는 단어로 사용되지 않으나 ‘건짐국수’라는 합성어의 구성 요소로 사용된 점을 볼 수 있다. ‘건짐국수’가 유일한 예이므로 별도의 난을 할애하지 않는다. 562 김 정 남 (9나)는 ‘X-무침’으로 이루어진 합성어들이다. 조리 동사에서 요리 명사로 의 파생 과정을 거쳐 다시 합성어의 형성에 이르는 단어 형성 방식을 보여 주는 점이 ‘곰’의 경우와 유사하다. 다만 ‘곰’의 경우에 비하여 합성어의 유형 이 단조롭다는 차이를 보인다. ‘고다’의 경우에는 ‘X-곰’, ‘곰-Y’, ‘X-곰-Y’라 는 세 가지 유형의 합성어를 보여 주었던 데 반해 ‘무치다’는 ‘X-무침’형 합 성어만 나타난다. 다만 X가 요리 재료인 경우와 조리 방식인 경우가 둘로 나 뉘어 두 가지의 합성어를 보여 준다. (9나)는 X가 요리 재료인 경우에 해당하 고 (9다)는 X가 조리 방식인 경우에 해당한다. 다음은 ‘볶다’에서 파생된 ‘볶음’의 예들이다. (10) 가. 볶음 나. 가지볶음, 간볶음, 갈비볶음, 감자볶음, 개구리볶음, 고구마볶음, 고기볶음, &김치볶음, 까치볶음, 나물볶음, 낙지볶음, &닭볶음, &멸치볶음, 메뚜기볶음, 미나리볶음, 미역볶음, 방개볶음, 버섯볶음, 새우볶음, 생선볶음, &어묵볶음, 오리볶음, &오징어볶음, 제육볶음, 처녑볶음, 풋고추볶음, 해삼볶음 다. 볶음국수, 볶음밥, 볶음수란 라. 닭볶음탕 마. 볶음판 (10나)는 ‘X-볶음’형 단어들로서 X는 요리 재료이다. (10다)는 ‘볶음-Y’형 단어로서 Y가 요리 명사인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10라)는 ‘X-볶음-Y’형 단 어로서 X는 요리 재료, Y는 요리 명사에 해당한다. 이러한 방식의 합성어 형 성은 ‘고다’의 경우와 흡사하다. 한편 (10마)는 외형상 (10다)처럼 ‘볶음-X’형 을 이루지만 후행 요소가 요리 명사가 아니라 조리의 도구에 해당하므로 요 리 명사가 아니다. 다음은 ‘부치다’의 경우이다. (11) 가. 부침01, 부침02 나. 달걀부침, 메밀부침 다. 도거리부침, 밭부침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63 동사 ‘부치다’에서 파생된 ‘부침’은 두 가지이다. 그중 ‘부침01’이 요리 명 사로 파생된 예이며 ‘부침02’는 농사와 관련된 말이다. (11나)는 ‘X-부침’형 요리 명사이며 (11다)는 외형상 동일한 ‘X-부침’형을 이루지만 요리 명사가 아니라 농사 방식과 관련한 용어이다. 이때의 X는 요리 재료가 아니라는 점 이 (11나)와 다른 점이다. 한편, ‘X-부침’형 요리 명사는 그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이는 ‘부 치다’가 한국 요리에서 매우 빈번히 사용되는 조리 방식의 하나이지만 ‘전’, ‘저냐’ 등 “부쳐서 만드는 음식”을 의미하는 단어가 별도로 존재하므로 파생 및 합성 과정을 거친 ‘X-부침’형의 단어는 많지 않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끓이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요리 명사로 매우 일반적인 형태인 ‘X-탕’의 저지(blocking)로 인하여 ‘X-끓임’형 단어가 요리 명사로 전혀 나타 나지 않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다음은 ‘비비다’의 경우이다. (12) 가. 비빔 나. 국수비빔, 두부껍질비빔, 두부비빔 다. 건비빔, 볼비빔 라. 비빔국수, 비빔냉면, &비빔면, 비빔밥, 비빔밥저냐 마. 비빔무관, 비빔사위 (12나)는 ‘X-비빔’ 구성이며 (12다)는 외형상 동일한 ‘X-비빔’이지만 요리 명사가 아닌 행위 명사이다. ‘건비빔’은 건설 현장에서 자재를 비비는 방식의 일종으로 이때의 ‘-(으)ㅁ’은 행위를 의미한다. ‘볼비빔’ 역시 음식 명사가 아 니라 볼을 맞대어 비비는 일로서 이때의 접사 ‘-(으)ㅁ’ 역시 ‘행위’를 의미한 다. 한편 ‘비빔’ 역시 ‘X-비빔’형뿐 아니라 ‘비빔-Y’형으로도 나타나며 X는 요 리 재료, 그리고 Y는 요리 명사에 해당한다. 다만 (12나)의 ‘국수비빔’에서는 X에 해당하는 ‘국수’가 요리 명사여서 다른 X와 이질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국수는 요리 명사인 동시에 요리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 면 ‘국수비빔’도 가능하고 ‘비빔국수’도 가능하다. 이 둘은 동의어이다. 한편, 564 김 정 남 (12마)는 구조상 (12라)와 같은 ‘비빔-Y’형이지만 음식 명사가 아니며 예술 분 야에서의 행위 명사에 해당한다. 이는 Y가 음식 명사가 아니라는 점에 기인 한다. 다음은 ‘싸다’의 경우이다. (13) 가. 쌈01, 쌈02, 쌈03 나. 가짓잎쌈, 고기쌈, 고추쌈, 곤포쌈, 김쌈, (누에쌈8)), 다시마쌈, 달걀쌈, 머윗 잎쌈, 뮈쌈, 미나리잎쌈, 미역쌈, 밀쌈, 배추속대쌈, 배추쌈, 보쌈03, 복쌈, 상 추쌈, 색쌈, 석이쌈, 속대쌈, 시금치쌈, 쑥갓쌈, 아욱쌈, 알쌈, 알조개쌈, 연잎 쌈, (전복쌈), 질경잎쌈, 참죽쌈, 참죽잎쌈, 취쌈, 통김치쌈, (포쌈9)), 호박잎쌈 다. 얼간쌈 라. 쌈김치, 쌈밤, 쌈장 마. 고쌈, 눈쌈01, 눈쌈02, 닭쌈, 돌쌈, 말쌈01, 물쌈, 보쌈01, 뿔쌈, 사랑쌈, 소쌈, 수레쌈, 입쌈, 자라쌈, 자리쌈, 주먹쌈, 칼쌈, 판쌈, 패쌈01, 패쌈02, 편쌈, 풀쌈 바. 쌈닭, 쌈소, 쌈질, 쌈터, 쌈판, 쌈패 사. 거적쌈, 바늘쌈, 박쌈, 배쌈, 병품쌈, 보쌈02, 보쌈04, 탄알쌈 아. 쌈솔, 쌈지 ‘싸다’라는 행위는 특별한 기교나 전문적 기술을 요하지 않는 과정이자 현 대 한국 요리에서도 자주 사용되지 않는 방식이지만 ‘X-쌈’형 요리 명사는 (13나)에서 보듯이 그 수효가 생각보다 많다. (13나)는 X가 요리 재료인 경우 이며 (13다)는 X가 요리 방식인 경우이다. (13라)는 ‘쌈-Y’형 합성어로서 Y가 요리 명사에 해당하며 ‘쌈-Y’ 역시 요리 명사이다. 그런데 (13)에는 요리 명사 가 아닌 ‘쌈’을 구성 요소로 가진 단어들이 더 있다. 이는 ‘쌈’ 자체가 세 가 지의 동음어로 나타나는 데 기인한다. ‘쌈01’은 요리 명사로서의 쌈이며 ‘쌈 02’는 ‘싸움의 준말’이고 ‘쌈03’은 조리 동사가 아닌 일반 동사 ‘싸다’에서 파 8) ‘누에쌈’은 “경상북도에서, 음력 정월 열나흗날 저녁에 그해 누에가 잘 자라서 좋은 고치를 많이 지으라고 첫술에 싸 먹는 쌈.”이라는 사전의 뜻풀이만으로 볼 때 ‘누에’가 쌈을 싸 먹 는 대상 재료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 누에를 먹는 것이 아니라면 음식 명사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9) ‘전복쌈’과 ‘포쌈’은 일반적인 ‘쌈’과 달리 마른 음식의 일종이다.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65 생된 ‘쌈’이다. 따라서 요리 명사는 ‘쌈01’에서 파생된 경우에 국한되며 나머 지는 ‘쌈02’와 ‘쌈03’에서 파생된 예들은 형태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요리 명사 가 아니다. (13마), (13바)는 ‘쌈02’가 결합하여 형성된 합성어들이며 (13사), (13아)는 ‘쌈03’이 결합하여 형성된 합성어들이다. 이들은 다시 각각 외형상 으로는 ‘X-쌈’ 및 ‘쌈-Y’형 합성어를 이루지만 요리 명사가 아니다. 다음은 ‘절이다’의 경우이다. (14) 가. 절임 나. 가지절임, &고추절임, 깻잎절임, &마늘절임, &마늘종절임, 배추절임 다. 사탕절임, 초절임02 다' &사탕절임하다, 초절임하다 라. 초벌절임, 초절임02 라'. 초벌절임하다 마. &절임반찬 ‘절이다’는 ‘절임’이 자립어로 존재하며 ‘X-절임’형 합성어가 다양하게 나 타난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예는 많지 않으나 재료에 따라 다 른 많은 단어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존재하는 단어들 중에도 사 전에 미처 등재되지 못하고 누락된 예들도 상당수 있다. (14다)의 X는 요리 재료라기보다 조리 방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이렇게 조리 방식을 의미 하는 합성어의 경우에는 다시 접미사 ‘-하다’가 결합한 파생어가 생성되는데 그것이 바로 (14다')이다. (14라)는 외형상 (14다)와 같은 ‘X-절임’형의 합성어 이지만 X가 요리 재료가 아니므로 요리 명사가 아니다. 이 역시 행위 명사로 서 다시 (14라')과 같이 ‘-하다’가 결합한 파생어를 형성한다. 다만 ‘초절임02’ 의 경우에는 요리 명사로도 사용되며 조리 방식을 의미하는 행위 명사의 의 미도 갖는 다의어이다. 이러한 특성은 (1다)에서 살펴본 ‘구이’를 후접 요소 로 하는 조리 방식을 의미하는 합성어들의 경우와 유사하다. ‘N-구이’에서도 선행 요소가 음식 재료가 아닌 (1다)의 경우에는 합성어의 뜻풀이가 음식 명 사 외에 조리 방식이라는 두 가지 뜻풀이를 가지고 있어 다시 ‘-하다’와 결합 하여 파생 동사를 형성한다. 다만 이런 파생 동사들이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566 김 정 남 않으나 이는 그 부분에 주목하지 않아 발생한 누락일 뿐 실재하는 단어로 확 인된다. ‘절임’의 경우에도 ‘볶음’, ‘비빔’, ‘쌈’과 유사하게 ‘절임-Y’형 합성어의 형 성이 가능하다. (14마)는 비록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으나 실 재하는 단어이다. 다음은 ‘조리다’의 경우이다. (15) 가. 조림 나. 가자미조림, 갈치조림, 감자조림, 고등어조림, 다시마조림, 달걀조림, 닭조 림, 대구조림, 두부조림, &땅콩조림, 마늘잎조림, 맛살조림, 멸치조림, 명태 조림, 문어조림, 민어조림, 병어조림, 북어조림, 붕어조림, 비웃조림, 생치조 림, 양골조림, &연근조림, 우엉조림, 제육뼈조림, 제육조림, 조기조림, 표고 조림, 풋고추조림 다. 병조림, 장조림, 통조림 다'. 병조림하다, &장조림하다, &통조림하다 라. 계란장조림 라'. &계란장조림하다 ‘조림’ 역시 한국 요리에서 매우 흔한 조리법의 한 가지로서 여러 가지 재 료 명사를 선행 요소로 하는 ‘X-조림’형 합성어들을 (15나)와 같이 다수 형성 한다. (15다)는 X가 요리 재료가 아니라 조리 방식과 관련된 표현이다. 병조 림은 병 안에, 통조림은 통 안에 담는 방식을 의미하며 장조림은 장을 이용한 다는 의미이다. (15다')에서 ‘병조림하다’는 사전 등재어이며 ‘장조림하다’와 ‘통조림하다’는 등재어는 아니지만 실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단어이다. 이 와 같은 조리 방식을 표현하는 ‘X-조림’형 합성어들은 다시 ‘-하다’와 결합하 여 행위 표현의 합성 동사를 형성한다. (15라)는 ‘X-Y-조림’형 합성어로서 X 는 요리 재료이며 Y는 조리 방식을 의미한다. ‘X-Y-조림’형 합성어 역시 다 시 ‘-하다’와 결합하여 파생어를 형성한다. 다음은 ‘지지다’의 경우이다. ‘지지다’는 2.1에서 ‘지짐이’의 예를 살펴보았 으나 ‘지지다’에서는 ‘지짐이’ 이전에 ‘지짐’이라는 파생어가 1차적으로 생성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67 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16) 가. 지짐 나. 게지짐, 꽃지짐, 녹두지짐, 떡웃지짐, 밀지짐 ‘지짐’에서 형성된 ‘X-지짐’형 합성어는 (16나)에서 보듯이 X가 요리 재료 인 경우에 국한되며 조리 방식인 경우는 없다. 다음으로 ‘찌다’의 경우를 보자. (17) 가. 찜01 나. 가지찜, 갈비찜, 감자돌찜, 개찜, 게찜, 계란찜, 달걀찜, 닭찜, 도미찜, 들깻잎 찜, 등골찜, 떡찜, 메추라기찜, 배추속대찜, 복찜, 복총찜, 부레찜, 북어찜, 붕 어찜, 비웃찜, 상어찜, 새찜, 생선찜, 송이찜, 순대찜, 숭어찜, 아귀찜, 애돼지 찜, 애저찜, 애호박찜, 양찜, 영계찜, 오리찜, 오이찜, 잉어찜, 조개찜, 준치 찜, 창자찜, 칠향계찜, 통닭찜, 튀김찜, 풋고추찜, &해물찜, 호박찜, 황과찜 다. 목침찜, 몽둥이찜, 쇠똥찜, 얼음찜, 연기찜 ‘찌다’에서 온 ‘찜01’ 역시 단의어는 아니다. ‘찜01’로 풀이된 단어 속에 이 미 (17나)에서 볼 수 있는 ‘찜’의 예와 (17다)에서 볼 수 있는 ‘찜’의 예가 포 함되어 있다. (17나)의 ‘찜’은 조리 동사에서 파생된 것이며 (17다)의 ‘찜’은 조리 동사가 아니라 ‘찜질’이라고 할 때의 의미에 해당하는 ‘찜’이다. 그러나 이 둘이 ‘찜01’이라는 한 단어의 다의적인 의미를 이루고 있다. 이는 사전에 서의 뜻풀이 방식의 일관성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그 타당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기로 하며 단일 항목이든 복수 항목이든 관계없이 ‘찜’ 자체가 조리 동사에서의 파생어로 단일하지 않다는 점에만 주목하기로 한다. (17나)와 (17 다)는 모두 외형상 ‘X-찜’의 구조를 갖고 있으나 (17나)의 X는 요리 재료이며 (17다)의 X는 그렇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요리 명사가 되는 것은 (17나)에 한정된다. 다음은 ‘튀기다’에서 온 ‘튀김’의 경우이다. 568 김 정 남 (18) 가. 튀김01, 튀김02 나. 감자튀김, 고구마튀김, 굴튀김, 달걀튀김, 닭튀김, 새우튀김, (생선묵튀 김), &야채튀김, &오징어튀김, 호두튀김10) 다. 강냉이튀김, 옥수수튀김 라. 장기튀김, 혀튀김 마. &튀김과자, &튀김만두, &튀김야채, 튀김찜 바. 튀김옷, 튀김틀 사. 튀김실 ‘튀기다’ 역시 단의어가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찜01’과 달리 동음 어로 등재되어 있어 ‘튀김01’과 ‘튀김02’로 존재한다. ‘튀김01’은 어떤 물체에 힘을 가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행위성 명사에 해당하며 ‘튀김02’는 조리 동사 에서 파생된 요리 명사이다. 그런데 ‘튀기다02’ 자체에 다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기름을 이용하는 조리의 경우와 기름 없이 열을 가하여 부피를 부풀리 는 경우이다(김정남, 2011). (18나)는 기름을 사용하는 ‘튀기다’에서 파생된 ‘튀김’을 포함하는 합성어의 예이며 (18다)는 기름 없이 부피를 부풀리는 ‘튀 기다’에서 파생된 ‘튀김’을 포함하는 합성어의 예이다. 모두 선행 요소로 요 리 재료 명사를 포함하고 있어 ‘X-튀김’형 합성어를 이룬다. (18라)는 X가 요 리 재료가 아니어서 요리 명사가 아니다. (18마)~(18사)는 ‘튀김-Y’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단어들인데, (18마)는 Y가 식품명 및 요리 명사여서 ‘튀김-Y’ 전 체가 요리 명사가 된다. ‘튀김찜’은 ‘튀기다’와 ‘찌다’라는 두 조리 동사에서 파생된 ‘튀김’과 ‘찜’이라는 두 파생어가 새롭게 어기가 되어 합성된 특별한 조어 과정을 보여 준다. (18바)는 ‘튀김02’의 합성어로 ‘튀김옷’은 조리의 재 료, ‘튀김틀’은 조리의 도구를 나타내는 말일 뿐 요리 명사가 아니다. (18사) 는 ‘튀김01’의 합성어로 조리와 무관한 말이다. 다음은 ‘누르다’에서 파생된 ‘누름’을 구성 요소로 하는 ‘누름적’의 예이다. ‘적’은 한자어 ‘炙’으로 불에 구운 음식을 이르는데 ‘누름’이라는 수식어가 붙 10) 일반적으로 견과류는 쌀, 보리, 말린 옥수수 같은 재료와 비슷하게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부 피를 부풀리는 방식의 튀김을 할 것으로 예측되나 ‘호두튀김’은 녹말을 입혀 기름에 튀긴 음식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69 은 것으로 보아 ‘누르는’ 조리 과정이 포함된 것으로 생각된다. ‘누름’은 ‘누 르다’의 어간 ‘누르-’에 명사화 접미사 ‘-ㅁ’이 붙은 예로서, 단독으로 단어가 되지는 않으나 ‘누름적’의 형태로 나타나 요리 명사를 형성하는 어기가 된다. (19) 가. 누름적 나. 가지누름적, 당근누름적, 더덕누름적, 박누름적, 버섯누름적, 송이누름적, 파누름적, 풋고추누름적 다. 사슬누름적 (19)에서 보듯이 ‘X-누름’이나 ‘누름-X’형 단어가 아니라 ‘X-누름적’ 형태 의 단어로 형성되는 것이 특이하다. 이는 ‘누르다’가 조리 동사라기보다 일반 적인 행위 동사이고 ‘누르다’가 조리 과정에 개입되는 행위이기는 하나 ‘굽 다’나 ‘삶다’ 등과 달리 매우 드물게 나타나므로 ‘X-누름’의 형태만으로 요리 명사임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데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19나)는 X가 요리 재료이고 (19다)의 경우에는 요리 재료라기보다 도구에 해당하여 조리 방식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통조림’의 경우와 유사하게 조리 방식을 표현하는 것으로 본다. 2.3. ‘조리 동사 어간 +-ø’ 파생어와 그 합성어 조리 동사의 어간에 아무런 접사가 결합하지 않는 영파생의 과정으로 형 성된 요리 명사도 있다. ‘버무리다, 절이다, 튀기다’ 세 동사에서 각각 파생된 ‘버무리, 절이, 튀기’가 그 예이다. (20)은 ‘버무리다’에서 온 파생어 및 합성 어의 예이다. (20) 가. 버무리 나. 감자버무리, &땅콩버무리, 쑥버무리, 콩버무리, &호박버무리 다. 버무리떡 라. 개버무리 570 김 정 남 (20나)와 같이 ‘X-버무리’형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나 (20다)처럼 ‘버 무리-Y’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0라)는 형태상으로는 (20나)와 동일한 ‘X- 버무리’이지만 요리 명사가 아니며 식물 명칭이다. X가 요리 재료가 아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절이’와 그 합성어의 예이다. (21) 가. 절이 나. 무절이, &파절이, 풋절이 다. 겉절이, 사탕절이, 생절이, 소금절이 다'. &겉절이하다, &사탕절이하다, &생절이하다, 소금절이하다 (21나)와 (21다)는 모두 ‘X-절이’형 요리 명사이며 (21나)의 X는 요리 재료, (21다)의 X는 조리 방식에 해당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에 의하면 ‘겉절이’와 ‘생절이’는 요리 명사로만 뜻풀이되어 있고 ‘사탕절이’와 ‘소금절 이’는 그렇게 만든 음식이라는 요리 명사로서의 뜻풀이 외에 ‘그렇게 조리함’ 의 의미를 갖는 행위 명사로서의 뜻풀이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행위 명사를 어기로 하는 ‘X-절이-하다’형 합성 동사가 생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소금절이하다’ 하나만 등재되어 있다. ‘겉절 이하다’와 ‘생절이하다’는 ‘겉절이’와 ‘생절이’ 자체에 행위 명사로의 뜻풀이 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으나 이는 어차피 순환론에 해당하며 ‘사탕절이’의 경우에는 뜻풀이상 행위 명사의 풀이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 고 ‘사탕절이하다’를 등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모두 단순한 누락의 경우로 보인다. 다음은 ‘튀기’와 그 합성어의 예이다. (22) 가. 튀기 나. 갈게튀기, 감자튀기, 굴튀기, 김튀기, 깨잎튀기, 다시마튀기, 메추리튀기, 명 태튀기, 새우호두튀기, 생선빵가루튀기, 석굴빵가루튀기, 소고기튀기, 통닭 튀기, 풋고추튀기 다. 밥알튀기, 쌀튀기, 콩튀기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71 라. 기름튀기, 뻥튀기 라'. 기름튀기하다, &뻥튀기하다 ‘튀기’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북한어로 등재되어 있다. 본고에서는 <표준 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음식 명사 중 북한어의 예들은 제외하였으나 ‘튀기’의 경우는 ‘기름튀기’와 ‘뻥튀기’ 외의 대다수의 합성어들이 북한어로 등재되어 있어 부득이하게 함께 다룬다. (22나)~(22라)는 모두 외형상 ‘X-튀기’로 이루 어졌는데 (22나)는 표준어에서는 ‘X-튀김’으로, (22다)는 표준어로는 ‘X-튀밥’ 에 대응될 만한 것이다. 다만 (22라)는 표준어에서도 그대로 ‘X-튀기’로 나타 난다. (22나)와 (22다)의 X는 모두 요리 재료에 해당하며 다만 튀기는 방식이 기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모두 요리 명사이다. (22라)는 X가 요리 재료가 아니라 조리 방식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22라)의 ‘기름튀기’는 행위 명사의 의미도 가지므로 (22라')처럼 ‘기름튀기하다’가 나 타나나 ‘뻥튀기’의 경우에는 음식 명사로서의 의미만 풀이되어 있고 ‘뻥튀기 하다’도 조리 동사로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나타나는 동사이 므로 포함하여 다루기로 한다. 다음으로 ‘붙이’라는 단어 형성소가 음식 명사에 두루 나타나 ‘X-붙이’형 단어를 형성하나 이것이 ‘붙이다’에서 온 것이라는 확증은 없다. ‘붙이다’ 자 체를 조리 동사로 보기도 어렵다. ‘붙이02’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다음 (23)과 같이 접사로 등재하고 있으나 그 뜻풀이에서 음식 명사와의 관련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23) 붙이02「접사」「1」((일부 명사 뒤에 붙어))같은 겨레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 살붙이/피붙이/일가붙이. 「2」어떤 물건에 딸린 같은 종류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 쇠붙이/금붙이/고기붙이. [<브티<경민>[←븥-+-이]/보치<이륜-옥>] 다음 (24)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X-붙이’형 음식 명사의 예이다. (24) 가루붙이, 고기붙이, 남새붙이, 야채붙이, 전붙이, 젓갈붙이, 조개붙이 572 김 정 남 그런데 (24)의 예들을 보면 어떤 특정한 조리 방식을 이용한 음식 명사들 이 아니라 모두 그러한 등속의 것들이라는 ‘통칭’의 의미를 가져 (23)의 「2」 의 의미인 ‘-붙이’가 결합된 예임을 알 수 있다. 다만 ‘가루붙이’의 두 번째 의미는 “가루로 만든 음식”으로 풀이되어 있으나 이 역시 “가루로 만든 음식 을 통틀어 이르는 말” 정도로 풀이하는 것이 내용상으로나 다른 항목들과의 균형을 위해서나 필요하다. 2.4. 기타 파생어와 그 합성어 이상에서 살펴본 조리 동사에서 형성된 요리 명사의 예들은 비교적 규칙 적이고 생산적인 경우들에 해당한다. 이제 그 숫자상 미미하고 불규칙하나 조리 동사에서 파생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요리 명사들에 대하여 고찰하 기로 한다. 다음 (25)는 조리 동사의 어간에 명사 파생 접미사 ‘-개’가 결합하 여 파생된 단어들이다. (25) 찌개, 부침개 ‘찌개’의 ‘찌-’는 [烝]의 의미를 갖는 ‘찌다05’와는 의미상의 차이가 발견되 나 ‘-개’가 접미사임은 분명하다. 의미를 중시한다면 ‘지지개’ 정도가 적당한 명칭이 아니었을까 한다. ‘찌개’의 요리 과정을 보면 ‘찌는’ 것이 아니라 ‘지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찌개’의 북한어는 ‘지지개’이다. 그렇다 면 ‘찌개’는 ‘지지개’에서 모종의 대치 과정에 의해 생성된 말로 볼 수 있다. ‘부침개’에서 ‘부침’은 ‘부치다’에서 파생된 ‘부침’이며 이 파생어를 어기로 하여 다시 접사 ‘-개’가 결합하여 형성된 파생어가 ‘부침개’이다. 이들은 요리의 재료를 나타내는 명사들과 결합하여 (26)과 같은 합성어들 을 형성한다. (26) 가. 가리맛찌개, 감자찌개, 계란찌개, 고등어찌개, 고락찌개, 고비찌개, 굴비찌 개, 김치찌개, 깍두기찌개, 달걀찌개, 대구찌개, 도루묵찌개, 동태찌개, 두부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73 찌개, 만두소찌개, 명란찌개, 무새젓찌개, 무장찌개, 무찌개, 방어찌개, 밴댕 이찌개, 뱅어찌개, 부대찌개, 북어찌개, 비지찌개, 새우젓찌개, 새우찌개, 생 선찌개, 선지찌개, 송이찌개, 순두부찌개, 시래기찌개, 알젓찌개, 알찌개, 양 찌끼찌개, 연어알찌개, &오징어찌개, 장찌개, 젓국찌개, 조개찌개, 죽합찌개, &참치찌개, 풋고추찌개, 하란찌개, 해삼알찌개 나. 고추장찌개, 된장찌개, 섞어찌개, 청국장찌개, 토장찌개, 풋고추장찌개 다. &김치부침개, 녹두부침개, &봄나물부침개, &부추부침개, &해물부침개 라. &섞어부침개 (26가)와 (26나)는 ‘X-찌개’형 합성어, (26다), (26라)는 ‘X-부침개’형 합성어 이다. (26가)에서 X는 요리 재료이며 (26나)에서 X는 요리 재료라기보다는 ‘고추장, 된장, 청국장, 토장, 풋고추장’ 등의 양념을 넣어 만드는 방식, 즉 조 리 방식으로 본다. (26다)에서 X는 요리 재료이며 (26라)에서 X는 조리 방식 이다. 사전 등재어로는 ‘X-부침개’형 단어로 ‘녹두부침개’가 유일하지만 실제 사용되는 예들은 훨씬 많다. 이렇게 사전에 ‘X-부침개’형 단어가 적은 것을 ‘X-전’형 단어에 의한 저지 현상으로 볼 수도 있으나 ‘X-전’형 단어도 사전에 많이 누락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여서 단정하기 어렵다. 다음은 ‘주무르다’에서 온 ‘주물럭’의 예를 들 수 있다. 이 단어는 아직 사 전에 등재되지는 않았으나 (27)과 같은 예들이 실제 사용된다. (27) &오리주물럭, &돼지갈비주물럭 ‘주물럭’의 어기가 ‘주무르-’라면 접사는 ‘-억’이 될 것인데 생산성이 낮으 므로 그 의미를 확정하기 어려우나 명사 파생 접사로 보는 데는 문제가 없으 므로 조리 동사를 요리 명사로 파생시키는 접사의 하나로 추가할 수 있을 것 이다. 접사 ‘-억’은 다음 (28)에서도 분석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28) 가. 건더기: 건디-+-어기11) 나. 밀푸러기: 밀+풀-+-어기12) 11) ‘건디다’는 ‘건지다’의 옛말이다. 574 김 정 남 다음으로 ‘범벅’의 예를 보자. ‘범벅’의 ‘범-’이 ‘버무리-’와 모종의 관련을 가지고 있을 개연성이 있으나 확증은 없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범벅’을 일종 의 파생어로 보고 ‘X-범벅’형 요리 명사를 살펴보았다. (29) 가. 범벅 나. &감자범벅, 겨범벅, &계란범벅, 꿀범벅, 나물범벅, 도토리범벅, &메밀범벅, 밀범벅, 보리범벅, 산나물범벅, &에그범벅, &짜장범벅, &찰옥수수범벅, 호 박범벅 다. 눈물범벅, 뒤범벅, 땀범벅, 살범벅, 피범벅 (29나)와 (29다)는 모두 ‘X-범벅’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29나)의 X 는 요리 재료이며, (29다)의 X는 요리 재료가 아니므로 (29나)의 단어만이 요 리 명사가 된다. 3. 결론 이상에서 조리 동사에 접사가 결합하여 요리 명사 혹은 요리 명사의 일부 구성 요소가 되는 현상들을 살펴보았다. 대표적인 생산적인 접미사 ‘-이’와 ‘-(으)ㅁ’의 경우 외에 영접미사가 결합한 예, 즉 어간이 그대로 명사화한 예 들도 보았고 생산성이 낮고 불규칙한 접사에 의한 경우들까지 살펴보았다. 본고에서 다룬 합성어는 일차적으로 조리 동사에서 파생된 단어 혹은 어기가 다시 다른 어기와 결합하여 합성어를 이룬 경우에 한한다. 그렇지 않은 합성 어, 즉 ‘구운마늘’이나 ‘데친회’, ‘찐만두’ 같은 의미가 매우 투명한 통사적 합 성어들은 본고의 범위에서 제외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요리 명사의 어기가 된 조리 동사들을 파생의 유형에 따 라 구분하여 표로 제시하면 다음 (30)과 같다. 12) ‘밀푸러기’는 국에 밀가루를 풀어 만든 음식이다.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75 구분 형태 X Y 조리동사 파생명사 합성명사 (I) 합성명사 (II) 합성명사 (III) 합성명사 (IV) 합성동사 (합성명사(IV) +하다) Vst-ㅁ X-Vstㅁ Vstㅁ-Y X-VstㅁY X-Vstㅁ XVstㅁ -하다 요리 재료 요리 재료 조리 방식 음식 명사 음식 명사 고다 곰 꼬리곰 곰탕 꼬리곰탕 - 무치다 무침 가오리무침 - - 초무침 볶다 볶음 가지볶음 볶음국수 닭볶음탕 - 부치다 부침 달걀부침 - - - 비비다 비빔 국수비빔 비빔국수 - 건비빔 싸다 쌈 가짓잎쌈 쌈김치 - 얼간쌈 절이다 절임 가지절임 절임반찬 - 사탕절임 조리다 조림 가자미조림 병조림 계란장조림 병조림하다 계란장조림하 다13) (30) 가. 접사 ‘-이’에 의한 요리 명사의 형성 구분 형태 X Y 조리동사 파생명사 합성명사(I) 합성명사(II) 합성명사(III) 합성동사 [합성명사(III) + 하다] Vst-이 X-Vst이 X-Y-Vst이 X-Vst이 Vst이-하다 요리 재료 요리 재료 조리 방식 조리 방식 굽다 구이 가지구이 가재미생구이 숯불구이 숯불구이하다 말다01 (말이) 계란말이 - - - 말다02 (말이) 밥말이 - 엎어말이 - 박다 (박이) - 오이소박이 소박이 - 볶다 (볶이) 고추장볶이 - - - 삶다 (삶이) - 보리곱삶이 곱삶이 - 거르다 막걸리 보리막걸리 - - - 지지다 지짐이 호박지짐이 - 고추장지짐이 - 누르다 누르미 - - 사슬누르미 - 나. 접사 ‘-(으)ㅁ’에 의한 요리 명사의 형성 576 김 정 남 지지다 지짐 게지짐 - - - 찌다 찜 가지찜 - - - 튀기다01 튀김 감자튀김 튀김과자 - - 튀기다02 튀김 강냉이튀김 - - - 누르다 누름적 가지누름적 - - 사슬누름적 다. 접사 ‘-ø’에 의한 요리 명사의 형성 구분 형태 X Y 조리동사 파생명사 합성명사(I) 합성명사(II) 합성명사(III) 합성동사 (합성명사(II)+하다) Vst-ø X-Vst-ø X-Vst-ø Vst-ø-Y Vst-ø-하다 요리 재료 조리 방식 음식 명사 버무리다 버무리 감자버무리 - 버무리떡 - 절이다 절이 무절이 겉절이 - 겉절이하다 튀기다01 튀기 감자튀기 기름튀기 - 기름튀기하다 튀기다02 튀기 밥알튀기 - - - 라. 접사 ‘-개’와 그 밖의 접사에 의한 요리 명사의 형성 구분 형태 X Y 조리동사 파생명사 합성명사(I) 합성명사(II) 합성명사(III) 합성동사 (합성명사(II)+하다) Vst-ø X-Vst-ø X-Vst-ø Vst-ø-Y Vst-ø-하다 요리 재료 조리 방식 음식 명사 찌다 찌개 감자찌개 고추장찌개 - - 부치다 부침개 녹두부침개 섞어부침개 - - 주무르다 주물럭 돼지주물럭 간장주물럭 - - (버무리다) 범벅 호박범벅 - - - 조리 동사에서 요리 명사로의 파생 과정은 (30)에서 보듯이 매우 다양한 13) ‘계란장조림’과 ‘계란장조림하다’의 경우는 ‘XY-조림’, ‘XY조림-하다’이므로 칸을 달리 해 야 하나 도표 작성의 편의를 위해 함께 넣었다.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77 모습으로 나타난다. 조리 동사 어간에 접미사가 붙은 형태 자체가 접사 ‘-이’ 가 붙은 경우에는 자립어로 나타나는 일이 적어 ‘구이’ 정도만이 자립어로 나타나고 ‘막걸리’처럼 접두사가 붙거나 ‘지짐이’나 ‘누르미’처럼 명사 파생 접사가 중가된 형태가 자립어로 쓰이는 일도 있다. 또 이러한 조리 동사로부터 형성된 파생어에 음식 재료를 나타내는 명사 가 다시 선행 요소로 결합하여 합성어를 형성하는 일이 매우 광범하다. 그리 하여 ‘X-Vst-suffix’형 합성어가 생성된다. ‘삶이’와 ‘누르미’를 제외한 나머지 파생어들은 모두 요리 재료 명사를 선행어로 하는 합성어 형성에 참여한다. 한편, 외형상 동일한 ‘X-Vst-suffix’형 합성어에서 X가 조리 방식에 해당하는 예들이 몇몇 동사들에서 나타난다. 또한 조리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에 요리 명사가 결합하여 ‘Vst-suffix-Y’형 합성어를 이루기도 하며 ‘XY-Vst-suffix’형 단어에서는 X가 요리 재료, Y가 조리 방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들 가운데 는 다시 ‘-하다’가 결합하여 새로운 합성 동사를 형성하는 일도 있다. 조리 동사에 붙어 요리 명사를 파생하는 접사들을 그 의미 면에서 살펴보 면 일반적인 동사들이 어기가 된 경우와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대체로 ‘-이’나 ‘-(으)ㅁ’이 행위나 동작을 단지 대상화하는 의미만을 갖는 것이 일반 동사 파생의 경우라고 한다면 조리 동사에서 요리 명사를 파생하는 경우의 ‘- 이’나 ‘-(으)ㅁ’은 그러한 행위나 동작을 통해 만들어진 ‘음식’을 의미함으로 써 차별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의미론적 특이성은 영파생의 경우 에도 유사하게 발견된다. 또한 ‘-개’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도구’를 의미하 지만 조리 동사에서 요리 명사를 파생시키는 ‘-개’는 역시 ‘~하여 만든 음식’ 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요리 명사 파생 접사들의 의미 특성에 대한 이해는 한국어에서 특별한 의미 부류를 이루는 파생어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줄 것이다. 조리 동사에서 요리 명사로 파생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조리 동사에는 대 체로 한 가지 파생 접사가 결합하지만 둘 이상의 방식으로 파생어가 형성되 는 예도 있었다. ‘볶음’과 ‘볶이’, ‘부침’과 ‘부침개’, ‘찜’과 ‘찌개’, ‘지짐’과 ‘지지미’가 그것이다. 위의 예들에 대해서는 문화적인 해석이 어느 정도 가능 하다. 이렇게 둘 이상의 파생어 형성을 보여 주는 조리 동사들은 아무래도 한 578 김 정 남 국 요리의 특징적인 면을 부각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파생어 외에 요리 명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어떤 재료와 어떤 조리 방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지를 그 명칭을 통해 알아보는 일도 가능할 것이나 본고에서는 그러 한 범위까지 다루지는 못하였다. 한편, 본 연구에서 다룬 파생어로서의 요리 명사의 예들을 추출함에 있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단어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상당수의 실사용 용례들을 더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 검색을 활용하기도 하였는데, 이 는 요리 명사의 상당수가 신조어로 새롭게 나타나고 있어 미등재어가 많기 때문이었다. 요리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채로운 변화를 빠르고 쉽게 보이 는 문화 영역의 하나이므로 새로운 요리 명칭의 필요성은 언제나 있고 이에 따라 신어가 끝없이 생산되는 면이 있다. 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요리 명사들 의 조어 과정에 대한 설명이 추후의 요리 명사 신어의 생성과 해석에도 기여 할 것이며, 요리 명사의 명칭에 대한 이해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교육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참고문헌 강창임(2007), 여행 잡지에 나타난 한국 음식 어휘의 특징, 일본연구 31, 347~367. 국립국어원 누리집, 표준국어대사전, http://korean.go.kr/09_new/index.jsp. 김귀원(2006), 프랑스 문헌에 소개된 한국의 음식문화, 한국프랑스학논집 56, 289~316. 김정남(2011), 한국어 요리 동사의 낱말밭, 한국어의미학 34, 77~107. 김창섭(1992/2008), 파생 접사의 뜻풀이, 새국어생활 2-1, 72~88.(김창섭 2008, 427~447 에 재수록.) 김창섭(2008), 한국어형태론 연구, 태학사. 남길임․송현주(2008), 조선시대 필사본 음식조리서의 음식 용어 의미 주석을 위한 연 구 -음식 디미방을 중심으로-, 한국어의미학 26, 47~72. 네이버, http://www.naver.com/. 문금현(2012), 음식어휘장의 분류 기준을 활용한 한국어 음식 어휘 교육, 새국어교육 91, 41~78. 배영환(2012), 19세기 대전 지역 음식 조리서의 국어학적 연구, 언어학 연구 25, 107~132. 한국어 조리 동사의 요리 명사로의 파생 579 백두현(2006), 음식디미방 주해, 글누림. 백두현(2006), 조선시대 여성의 문자생활 연구-한글 음식조리서와 여성 교육서를 중 심으로-, 어문론총 45, 261~321. 백두현, 이미향(2010), 필사본 한글 음식조리서에 나타난 오기(誤記)의 유형과 발생 원 인, 어문학 107, 25~63. 송원용(2005), 국어 어휘부와 단어 형성, 태학사. 윤서석(1991), 한국의 음식 용어, 민음사. 윤숙경(1996), 우리말 조리어 사전, 신광출판사. 이선영(2004), <음식디미방>과 <주방문>의 어휘 연구, 어문학 84, 123~150. 이숙의(2009), 한국어 [요리]영역 동사 의미망 구축을 위한 연구, 한국언어문학 69, 한 국언어문학회, 53~81. 이홍식(2008), 음식 명사의 사전 기술에 대하여, 한국어학 38, 한국어학회, 307~344. 정태경(2006), “현대국어 음식물 명칭의 분절구조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하치근(1989), 국어 파생형태론, 남명문화사. 허은혜(2012),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요리 어휘 연구, 언어와 문화 8-1, 207~229.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덕영대로 1732(서천동 1)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449-701 전화 번호: 031-201-3784 전자 우편: kim@khu.ac.kr FAX: 02-6677-2641 원고 접수일: 2013년 3월 7일 원고 수정일: 2013년 4월 15일 게재 확정일: 2013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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