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격 조사 ‘-에게, -한테’와 ‘-더러 –보고’ 에 관한 연구
이름
학교
학사논문
2011.12.
Ⅰ 서론
한국어는 조사와 어미가 발달된 교착어이다. 이는 한국어가 다른 언어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징이며, 조사가 없는 언어를 모어로 하는 한국어 학습자들에게는 학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시도로 본 연구는 한구구어 부사격 조사 ‘-에게, -한테, -더러, -보고’에 대한 연구를 하고자 한다.
부사격조사는 형태와 의미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다른 격조사에 비해 생략이 자유롭지 못해 그 사용 빈도가 매우 높은 조사이다. 국어에서 부사격조사의 이러한 고빈도 사용특성은 언어표현에서뿐만 아니라 언어이해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소위 여격(與格) 조사라고 알려진 ‘에게’를 대신하여 쓰이는 ‘한테, 더러 보고’ 등의 분포적 특징을 살핌으로써 이들의 성격을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한국어 부사격 조사는 체언에 붙어 ‘시간, 장소, 도구, 수단, 원인’, 등과 관련된 부사어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한국어의 조사는 교착어적 특성과 문법 체계의 복잡성을 잘 보여 준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부사격 조사가 많고 그 쓰임에 따라 체언들 간의 미묘한 의미와 기능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구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모국어와 비슷하거나 같은 내용은 쉽게 빨리 배울 수 있는 반면, 모국어와 같지 않는 내용은 학습의 난점이 된다.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에게 한국어 조사는 학습의 난제이다.
Ⅱ 본론
1. 한국어 부사격 조사의 특징
학교 문법에 의하면 부사격 조사는 선행하는 체언이 문장 속에서 부사어로서의 자격을 갖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이에 하나의 형태가 여러 기능을 하거나 여러 형태의 조사가 단일한 의미 기능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나의 부사격 조사가 두 가지의 문법적 기능을 갖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사격 조사 ‘에서’는 [낙착점]의 의미 기능과 [출발점]의 의미 기능을 수행한다. 반대로 [낙착점]의 의미 기능을 하는 조사는 ‘에’, ‘에서’ 가 있어 하나의 의미 기능에 하나의 조사가 대응되는 것이 아니라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부사격 조사가 본질적으로 서술어의 의미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문장 안에서 어떤 서술어와 함께 나타나느냐, 또 어떤 위치에서 나타나느냐에 따라 일정한 형태의 조사가 다양한 의미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 외에도 부사격 조사는 생략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서 여타의 격조사와 차이를 보인다.
2. 한국어 부사격 조사의 종류
부사격 조사의 종류는 두 가지가 있다.
① 공동격조사: 다른 것과 짝의 관계에 있음을 나타내는 조사(와/과, 하고)
예 1:
1) 철수와 영회가 결혼했다.
2) 만나다, 헤어지다. 싸우다, 사귀다, 친하다, 악수하다, 어긋나다, 부딪히다, 교환하다, 통화하다, 다르다, 닮다, 등은 공동격조사를 수반합니다. (교호성 대칭동사, 대칭형용사)
② 비교격조사: 정도나 우열을 나타낼 때 쓰이는 조사로 대표적인 것에는 '보다'가 있습니다. '보다'의 뒤, 서술어의 앞에 '더'가 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보다'와는 달리 두 비교대상의 다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같음을 나타내는 것으로는 '처럼, 만큼, 같이'가 있습니다.
예 2:
1) 오늘이 어제보다 더 덥다.
2) 호수가 거울처럼 맑다.
3) 곰같이 미련한 놈.
그런데, '와'의 경우엔 공동격조사와 함께 비교격조사로 보이는 때도 있습니다.
1) 신김치의 맛은 생김치의 맛과 크게 다르다.
2) 씀바귀는 민들레와 비슷하다.
위의 '와'의 쓰임은 두 가지의 대상이 서로 어떻다는 뜻을 나타내므로 공동격조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3. ‘에게, 한테’와 ‘보고, 더러’의 통사적 특성
‘에게, 한테’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통사적인 제약이 없이 교체되어 쓰이는 여격조사로 볼 수 있지만, ‘보고, 더러’는 극히 제한된 일부 환경에서만 쓰인다. 무엇보다도 ‘에게, 한테’는 단문이건 내표문이건 관계없이 쓰일 수 있지만 ‘보고, 더러’의 경우에는 단문의 경우에 나타나는 일이 없고 항상 내포문속에서만 나타난다.
예 3:
1) 동생{에게/한테/*더러/*보고} 용돈을 주었다.
2) 너{에게/한테/*더러/*보고} 부탁이 있어.
3) 친구{에게/한테/*더러/*보고} 간다.
4) {에게/한테/*더러/*보고} 책임이 있다.
예3의 예문들은 모두 단문의 경우로 ‘에게, 한테’는 자유롭게 연결되지만 ‘보고, 더러’가 결합하면 비분이 되는 경우이다. 하지만 예4의 예문들의 경우에는 ‘에게, 한테’는 물론 ‘보고, 더러’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예 4:
1) 영미는 동생{에게/한테/더러/보고} 학교에 가라고 했다.
2) 시장이 사원들{에게/한테/더러/보고} 판매실적을 올리라고 당부했다.
3) 석대는 친구{에게/한테/더러/보고} 대신 자기 숙제를 하도록 시켰다.
4)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한테/더러/보고} 조용히 하라고 말했다.
예4의 예문들은 한결같이 내포문을 포함하고 있는 문장들이며{에게/한테/더러/보고}가 모두 내포문속의 명사에 결합한 것들이다. 예3의 예들에서 ‘더러/보고’가 쓰인 경우 비문법적인 문장이 되지만 예4의 예들에서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소위 여격 조사, 또는 여격 ‘에게’의 대용형태로 알려진, ‘한테, 더러, 보고’를 ‘에게’가 한 부류로 묶이고 ‘더러’와 ‘보고’를 다른 한 부류로 묶일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에게’나 ‘한테’는 ‘보고’나 ‘더러’가 사용될 수 있는 위치에 언제나 이들을 대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반대로 ‘보고’나 ‘더러’는 극히 제한적인 위치에서만 실현된다.
‘한테’, ‘보고’, ‘더러’가 국어에서 여격 조사인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에게’와 ‘한테’는 약간의 문체적 차이만을 보일 뿐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들이 여격이라고 하는 데이는 이론이 없다고 본다. ‘더러’나 ‘보고’를 여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격이라 ‘수여받는 대상을 표시’하는 것으로 국어에서 여격을 배당하는 동사들은 ‘주다, 오다, 보내다’와 같이 이동 동사들이다. 우선, ‘더러’, ‘보고’는 여격구문의 가장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다음 예5와 같은 예에서도 ‘에게’나 ‘한테’를 대신하여 쓰이지 못한다.
예 5:
1) 우철이 영미에게 돈을 주었다.
2) 우철에게 돈이 좋다.
3) 우철이 영미에게 돈을 받았다.
4) 우철에게 돈이 많다.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보다’, ‘더러’가 ‘에게’를 대신하여 쓰이는 경우가 있지만 이들이 내포문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만 ‘에서’를 대신할 수 있으며 보통 여격 조사가 방향성과 관계있으나 이들은 선행명사가 내포문의 동사의 ‘행위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보고’는 그 용법이나 나타나는 환경이 ‘더러’와 매우 유사하고 그 기능도 같다. 조사 ‘보고’가 ‘보다’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더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다’에 연결어미 ‘고’가 연결된 ‘보고’가 연결어미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조사로서 기능을 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예 6-1:
1) 영미는 영화 보고 눈물을 흘렸다.
2) 영미는 나 보고 반가워했다.
예 7-1:
1) 영미는 나보고 집에 가려고 했다.
2) 영미보고 대학에 가라고 해라.
예6-1의 예들은 ‘보고’가 동사 ‘보다’의 활용형으로 쓰여 ‘보다’의 의미와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예들이다. 이 예들에서 ‘보고’는 예6의 예에서는 대격 표지 ‘을/를’이 생략되어 있지만 예6-2처럼 대격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원칙이다.
예 6-2:
1) 영미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2) 영미는 나를 보고 반가워했다.
그리고 이 예들에서 ‘보고’는 ‘보고서’와 같은 활용형으로 바뀌어 쓰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경우의 ‘보고’는 ‘에게’, ‘더러’등으로 교체될 수도 없다. 예7의 예들은 모두 내표문을 가지고 있고 ‘보고’를 ‘에게’, ‘한테’, ‘더러’ 등으로 교체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문장들이다. 그런데 예7-1의 예문들에도 예7-2처럼 ‘보고’가 대격을 지배한다고 할 수도 있다.
예 7-2:
1) 영미는 나를 보고 집에 가라고 했다.
2) 영미를 보고 대학에 가라고 해라.
예 7-2의 예문처럼 ‘보고’는 선행명사에 대격의 ‘을/를’이 언제나 자유롭게 배당한다. 이 경우 대화 상황에서 ‘나를 보고서는’ 또는 ‘나를 보자’ 등과 같이 대면하고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 물론 이 때의 의미는 동사적인 의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에게’, ‘한테’는 물론 ‘보고’와 거의 같은 기능을 하고 같은 환경에 나타나는 ‘더러’조차 예8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선행명사에 대격을 배당하지 않는다.
예 8:
1) 영미는 나를 {에게/한테/더러} 집에 가라고 했다.
2) 영미를 {에게/한테/더러} 대학에 가라고 해라.
이러한 사실은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 하나는, ‘보고’가 동사 ‘보다’의 활용형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가 문법화 되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보고’가 문법화의 과정에 있거나 일부는 이미 문법화의 과정이 끝난 것으로 생각한다.
Ⅲ 결론
본 연구는 한국어에 여격을 나타내는 조사로는 ‘에게’가 있다. ‘에게’는 선행 명사가 유정물인 경위에 쓰이는데 선행명사가 존칭의 대상이 되면 ‘께’로 교체 된다. 그리고 ‘에게’가 문어적인 표현에 쓰인다면 ‘한테’는 구어적인 표현에 나타난다. 구어적 표현에 ‘에게’가 쓰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문어적 표현에 ‘한테’를 쓰는 것은 어색하다.
‘에게’나 ‘한테’를 대신하여 쓰이는 것으로 ‘더러’와 ‘보고’가 있다. 이들은 단문의 여격 구문에서는 쓰이지 못하고 꼭 내포문 안에서만 쓰인다. 그리고 그 문장의 모문의 술어는 대체로 ‘말하다’류의 동사들인 경우에 나타난다. 여격을 배당하는 동사들이 주로 공간과 관련되어 있는 동사들이어서 ‘에게’가 어떤 방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더러’, '보고‘는 방향성을 표시하기 보다는 내표문 서술어의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여격 표지가 두 변 이상 나타나는 문에서 내포문 속의 ‘에게’나 ‘한테’를 ‘보고’나 ‘더러’가 대신함으로써 문장의 모호성을 해소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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